책속의 한장 ; 그토록 붉은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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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사람중에 그대를 만나
남자는 길거리 포장마파에서 오뎅 사 먹는 걸 좋아했다. 데이트할
때도 포장마차를 보면 여자의 손을 잡고 들어가 오뎅 두어 꼬치를
같이 사 먹곤 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왜 그리 유별나게 오뎅을 좋아
하냐고 물었다. 뜨거운 오뎅 국물을 후후 불어 여자에게 건네며 남
자가 대답했다. " 어렸을 때,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길거리에서 군것
질을 할 수가 없었거든.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다닌다거나 붕어빵을
사 먹는다거나 하는 일을 할 수가 없었지. 다른 건 참겠는데 말야.
날씨가 추워지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 앞에서 아이들이 모려
가 한 꼬치씩 베어 먹는 오뎅은 너무나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래
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마음껏 오뎅을 사 먹겠다고 다짐하곤
했지 히히! 나는 서러운 기억을 달래려고 오뎅을 사 먹는 건지도 몰
라." 여자는 조금 헛헛하고 조금은 아릿한 남자의 웃음이 좋아서
목덜미를 끌어당겨 꼭 안아 주었다.
어느 날 남자는 아이와 함께 포장마차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앗, 오
뎅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남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
오뎅 꼬치를 아이에게 건네며 물었다. "준아, 넌 왜 오뎅을 좋아애?"
아이는 눈을 껌벅이며 생각하더니 "아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하
지." 하고 씨익 웃었다. "역시 넌 내 아들이야." 남자는 아이의 머
리를 헝클어뜨리며 희게 웃었다. "아빠, 근데 엄마는 왜 오뎅을 안
좋아해?" 아들이 물음에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라구? 엄마
가 오뎅을 안 좋아한다고? 아빠랑 데이트할 때 얼마나 자주 사 먹었
는데."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아냐, 엄
마는 비린 냄새가 나서 오뎅을 안 좋아한댔어.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나만 사주고 엄마는 국물만 후후 불어 줬어."
자신의 서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달래준 건 오뎅이 아니라 아
내였다는 걸 남자는 아이 때문에 알았다. 남자는 포장마차에서 나오
자마자 아이의 손을 잡고 부리나케 내달렸다. 아이는 경주라도 하듯
아빠를 따라 신나게 달렸다. 아빠가 엄마를 와락와락 껴안고 싶어
저리도 힘차게 달린다는 사실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