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펜싱선수 김정환 이야기 "아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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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선수 축하드립니다.
2022년 4월 6일부터 4월 8일까지 전라남도 해남 우슬동백체육관에서 "제24회 한국실업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였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대회는 우승에 대한 마음만 컸지, 그에 걸맞은 훈련과 준비를 하지 못했던 대회였습니다.
아내가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에 대회 준비보다는 아내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를 원했습니다. 때문에 훈련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승에 대한 욕심이 1도 없었습니다. 그냥 아내와 아내 뱃속에 있는 '호떡이'(아기의 태명)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대회 날짜가 다가올 수록, 우승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갔습니다. 결과보다는 노력과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저이기에, 평소였다면 욕심을 내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평소였다면 욕심을 부리는 저 스스로를 질책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대회가 임박해오자 곧 태어날 아기에게, 또 고생한 아내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4월 7일, "제24회 한국실업펜싱연맹회장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경기가 열렸습니다.
16강에서 화성시청 소속의 황인준 선수를 만나 10대10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습니다.
훈련이 부족했던 탓인지,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습니다.
8강전에선 상무 소속의 송은균 선수에게 8대5까지 끌려가는 경기를 했습니다.
4강전 역시 성남시청 소속의 성현모 선수에게 10대10까지 가는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쉬운 경기가 하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를 이기려고 바락바락 덤벼드는 후배들의 공격에 당황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하하하
정말 힘겹게 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올라간 결승에서 성남시청 소속의 강연승 선수에게 15대7로 승리하면서 간절히 원했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제 곧 태어날 호떡이를 위한 작은 선물 하나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하늘을 날 듯 기뻤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우승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진통이 심해지고 있다며 서울로 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단체전 경기가 남았지만 감독님께 서울로 가도 되겠냐며 허락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해남에서 서울로 운전해 달렸습니다. 서둘러 왔지만, 서울 집에 도착했을 땐 밤 11시가 다 됐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고통으로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4월 9일 토요일 새벽, 진통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내는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갔고, 저는 수속을 마치고 혼자 병원 복도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파하는 아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답답했습니다. 아내가 너무 안쓰럽고 걱정돼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얼마 뒤, 간호사님의 안내를 받아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분만실의 문이 열리자, 여기저기 주사기를 꽂고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 아내가 너무 안쓰러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분만실에서 아내의 출산을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아기가 세상에 나왔던 그 순간은 이 세상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아기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응애"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어느새 제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