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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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온몸이 반응하는 공포
공포란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나타나는 두려운 감정을 말한다.
무서운 장면을 보거나 위험한 대상을 만나면
공포심을 느끼는데, 이때 인간의 뇌와 몸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 누워 있던 털이 바싹
곤두서는가 하면, 땀이 나기 시작한다.
방광이 수축되면서 소변이 마렵고,
쿵쾅쿵쾅 심장이 빨리 뛴다.
이러한 현상은 뇌 속에 있는 편도체에 의해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가 반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율신경계란 척추동물만이 가진 신경계의 일부를 말한다. 스스로 의식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신체 내부 기관을 조절한다.
* 폐: 산소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
* 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소화력을 떨어뜨린다.
* 방광과 대장: 몸에 있는 내용물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수축한다.
* 피부: 체온이 올라 땀이 난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열을 내보내면서 땀이 증발하는데, 이때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 눈: 눈동자가 커지고, 시야가 넓어져 더 많은 시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 침: 양이 줄어들어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 심장: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뇌와 근육에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한다.
* 털: 피부 근육이 수축해 털이 바싹 선다.
2.공포를 탐지하는 편도체
편도체란 뇌의 측두엽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아몬드처럼 생긴 조그마한 부위를 말한다.
편도체는 기쁨, 슬픔,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조절한다. 특히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한다고 알려졌다. 무서운 장면을 보거나 사고를 경험한 후 이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같은 자극을 받을 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반응한다.
뱀을 발견하면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할 것이다. 편도체가 피하라는 신호를 내리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를 조절해서 몸에 신호를 보내고, 몸을 보호하는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공포 탐지기’인 셈이다.
3.공포는 본능인가 학습인가
공포는 본능이다.
쥐는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 냄새를 맡는 세포가 따로 있다. 이 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뇌의 편도체로 전달돼 공포심을 느낀다. 만약 치즈에서 고양이 냄새가 나면, 쥐는 그 치즈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않는다.
편도체가 손상된 쥐는 고양이 냄새가 나도 공포를 못 느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막 태어난 아기들은 시끄러운 소리와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공포를 느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와 달리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이 사라진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야.
공포는 학습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대부분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에게 물리거나 교통사고와 같은 무서운 일을 당하면 그다음부터 개를 무서워하고 차를 못 타는 등 새로운 공포 대상이 생긴다.
그 이유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부위인 뇌 속의 해마가 공포의 원인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학습된 공포’는 노력으로 없앨 수 있다.
개가 항상 무는 것은 아니고, 차를 타면 이동할 때 편리하다는 사실을 계속 인식하게 되면 공포가 점점 옅어져 무서움이 사라질 것이다.
전기 자극으로 공포기억을 없애다 :
국내 연구진이 뇌에 전류를 흘려보내 공포 기억을 없애는 실험에 성공했다. 공포에 대한 기억을 가진 생쥐의 뇌에 전기 자극을 꾸준히 줬더니 공포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테러, 전쟁 등 생명의 위협을 받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공포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4.잠에는 주기가 있다
잠을 잘 때는 눈동자가 움직이는 ‘렘수면’과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의 2가지 상태가 번갈아 나타난다.
렘수면 때는 눈을 굴리는 근육을 제외한 모든 근육이 힘을 빼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뇌는 깨어 있을 때처럼 활발하게 움직인다.
가위눌림은 이런 ‘렘수면’ 상태일 때 발생해.
근육의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난 것이다. 반쯤 깨어난 불안정한 상태라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환청이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위눌림은 귀신 때문에 나타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은 렘수면 때 일어나는 과학 현상이다.
5.공포의 11m
아파트 5층 높이인 11 m는 사람이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높이이다. 그래서 특전사 요원들은 11 m 높이에서 낙하 훈련을 하고, 양궁 선수들은 정신력 강화를 위해 11 m 다이빙 훈련을 한다.
11 m에 숨겨진 비밀은 바로 종단 속도이다.
종단 속도 :
물체가 바닥에 떨어질 때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일정 속도 이상으로는 증가하지 않는데 그 속도가 바로 종단 속도이다. 사람이 11 m 높이에서 떨어질 때는 바닥근처에서 종단 속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순간 가장 큰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6.공포 영화 '공포 수치’의 비밀
2004년 영국 킹스대 수학자들이 공포 영화의 ‘공포 수치’를 알려 주는 수학 공식을 만들었다. 이 연구팀은 영국의 방송 프로그램 ‘스카이무비’가 조사한 역대 가장 무서운 영화 10편을 대상으로 공포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공포 영화의 ‘공포 수치’를 알려주는 수학 공식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공식을 통해 가장 높은 공포 수치를 기록한 영화는 〈샤이닝〉(1980, 청소년 관람 불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