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그림자
집성촌에 아늑히 펼쳐진 고을
산들바람 문안에 솟을대문 열리고
댓돌 위 고무신 자리 지키니
앞마당 라일락 향기 가득하여
막걸리에 육자배기 읊던 어르신
부채질하며 낮잠에 빠져든다
우물가 팽나무 나이테 굵어지니
고구마로 끼니 대신하던 자식은
버거운 타향살이 흰머리 늘었는데
빛바랜 흑백사진 걸린 대청마루
늙은 고양이 낙엽과 술래잡기하고
주인 잃은 장구는 홀로 눈물겹다.
- 정채균 님
* 육자(六字)배기-잡가의 하나.
곡조가 활발하고, 진양조장단이며 남도 지방에서 널리 불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