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을 안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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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고 여행 다ㄴ ㅕ와서
이래저래 바빴다가 축의명단 보는데
정말 친한 친구가 축의를 안했더라고요 .
사실 조금 의아하기도 해서
그날 식 온 다른 친구한테 물었어요 .
그런데 이 친구가 저랑만 친하고 내성적이기도 해서
저와 친한 다른 친구들과는 안 친한 편인데
이야기 대충 듣자하니
그 날 결혼식 와서 혼자 식을 지켜보길래
친구가 챙겨주다가 뷔페 이용하자니까
당황하더니 볼일 있다면서 나와버렸대요 ..
생각해보니 친구가
요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데
저한테 줄 축의금조차 정말 힘들었나봐요 .
친한 친구인데
오만원도 안되는 돈 주기가 미안해서
아예 안낸 것 같은데
이 친구가 정말 저 어렸을 때
엄마 돌아가실 때에도
장례식에 삼일 내내 있어준 친구인데
돈 때문에 친구 눈치 보여 식사도 안하고
지금 연락도 식 이후 없거든요 ..
이 친구 성격상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는 거 같은데
그깟 돈이랑 밥이 뭐라고
멀리 식장까지 와서 밥도 안 먹고
간 친구 때문에 속이 상하고 눈물만 나네요 .
얼마나 그 친구도 속상했을까요
바빠서 이제야 확인한건데
그간 친구가 제가 돈 안내서
연락 안했다고 생각할까봐 더 속상하네요 .
혹여나 이 친구가 저한테 아무 연락 없이 한다고
욕해주지는 말아주세요 ..
주변에 이런 애 없다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친구입니다 ..
너무 내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말 못하는 거라고 확신해요 .
제가 어떻게 친구한테 연락해야할지 ..
저도 빨리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밤 11 시 쯤에 자냐고 카톡 했더니
안 잔다고 답장이 와서 바로 전화 걸었어요
전화로 그냥 여행 잘 다ㄴㅕ왔다
너무 바빴어 ~
이런 저런 일상 이야기 꺼내다가
식장에서 왜 밥 안 먹고 그냥 갔어 ~
했더니 바빠서 안 먹었고 갔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
그렇게 여차저차 이야기 하다가
그냥 제가 먼저 이야기 꺼냈습니다 .
혹시 축의금 때문에 연락 못한거 였냐고
그런 거 안 받아도
너는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친구라구요 .
그냥 솔직한 제 마음 이야기 했어요 .
나는 너가 죽는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친구라고 너무 소중한 친구니까
돈 못 냈다는 거에
절대 연연해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라고요 .
그간 너가 나한테 해준 거는
그 어떤 축의보다 가장 감사하고 고마운 거라고
지금 당장에 없는 것 때문에
우리가 어떤 친구인데
그런 눈치 보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
얘기하면서 제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니까
친구가 듣다가 울었어요 ..
저도 결국 울었구요 .
친구가 너가 그걸로 연락 안할 친구는
아니지만 바빴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도 먼저 연락하고 싶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연락을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항상 친구랑 농담식으로 건네던 말이
너나 나나 둘중
누가 먼저 결혼하면 축의금 백만원이야 ~
냉장고 사줄게 ~
티비 사줄게 ~
해왔었는데 막상 닥친
제 결혼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미안하고 서글펐다네요 .
이 친구가 어떤 친구냐면
정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친구가 죽는다는 생각만 해도
저는 눈물이 바로 나요 .
어렸을 때 부터 항상 내 위주로 생각해주고
친구 사이에도 정말 친할수록 고맙다 ,
미안하다 라는 말이 오글거리기도 하는데
이 친구는 항상 제 이름을 불러주면서
ㅇㅇ 아 고마워 , ㅇㅇ 아 미안해
항상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저를 이해해주고 위해주는 친구에요 .
장례식 때도 제가 스무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 장례 치르게 되었었는데
그때도 삼일 내내 갑작스런 일에
경황 없는 저를 대신해서 도와주고
그래서 이모들도 아직까지
제 친구 이야기를 하시면서
입이 닳도록 칭찬하세요 .
또 그렇게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주변에서는 대부분
저희 엄마 이야기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 하는데 친구는 오히려 예전에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뭐가 정말 맛있었고
그 때 이러저러 해서 정말 즐거웠어 !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줘서
오히려 많이 위로 받고 그랬네요
어색했는데 이 친구는 오히려
예전에 좋았던 추억들을 함께 기억해주니
그게 참 속이 깊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고마운 얘기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만큼 좋은 친구라서
축의 명단 보고 또 전화로
다른 친구에게서 밥도 안먹고 갔다는
소리를 듣고 더 서글펐던 것 같네요 .
친구가 미안할까봐 안 울면서
이야기 하려고 꾹 참았는데
친구 우는 소리에 저도 그냥 툭 터져버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