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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아름다웠노라고 추억에 잠기지 않아도 될 따뜻한 친구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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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까마득히 먼 옛날(?)...이십여년 전...


  상당히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기억된다.


  허나,  당시의 추억(追憶)을  더듬어보자면 고독(孤獨)이라는  단어는 


뇌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고독할 틈이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그때엔 참으로 친구들이 많았다.


  집의 문을  나서면 언제든지 놀이를 같이할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지


천으로 널려 있었다(그땐 家族計劃이란  것이 없었으므로 또래의 아이들


이 무지 많았음).


  친구가 아니더라도 메뚜기, 잠자리,  개구리 등의 놀이기구(?)도 상당


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강(江)이 아니더라도  실개천에 송사리가  논두렁엔 미꾸라지가  능히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 뿐인가?


  확트인 대지엔  아스팔트 대신 잡초(雜草)일망정 짙푸르고  싱싱한 풀


밭이 깔려 누워 뒹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밤이 되어도  맑은 밤하늘엔 초롱한  별빛이 꿈의  상상을 흩뿌려주었


다.


  아이들은 항상 검게 그을리고  말랐을지언정 건강했으며 사고(思考)는 


건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고독(孤獨)?


  그런 단어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사방이 빌딩의  숲으로 둘러싸인 이 회색(灰色)의  도시(都市)에서 아


이들은 활기(活氣)라는 것을 잃어버렸다.


  시커먼 아스팔트를  밟으며 자란 아이들이 뜀박질인들  제대로 하겠는


가?


  학원과 과외에 매달린 아이들은자아성찰(自我省察)의 기회마저 박탈


당한다.


  하나를 낳으면 정상이고  둘을 낳으면 부담을 느끼고 셋을  낳으면 야


만인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오늘의 가족계획이다.


  밖에 나가봐야 친구가 있을 리도 없다.


  더욱이, 요즘의 부모들이  원하는 자식의 친구는 깨끗한  옷차림에 공


부도 잘하는 그런 사람만을 친구로 사귀라고 성화다.


  고독이라 동물은 나이 들어서 자신을  돌아보며 추억의 편린을 들춰보


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부모는 나가면서 집에 놓아둔 아이들에겐 돈만 주면 그만이다.


  그러면서도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것은 끔찍이도 싫어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손주를 사랑해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도 자


신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혼자 자란다.


  그래서 남과 어울려보지 못한 아이들은 이기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으며 충동적이다.


  어중간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흑백논리(黑白論理)로서 좋아하지  않으면 싫어하고, 사랑하


지 않으면 증오한다.


  소위, 중용(中庸), 이라는 것은 있는지조차 모른다.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 진실됨을 알기  위해선 많은 세월(歲月)이 필요


함에도 참지 못하고,  즉시 좋으면 사랑을 하고 싫증이 나면  다시 안볼 


원수(怨讐)가 되어 헤어져 버린다.


  일컬어 양은 냄비의 사랑이란 것인데...


  뚝배기의 은은한 맛과 불이 꺼진 후에도  열기를 식히지 않는 그 진솔


한 정(情)과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람의  관계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나


이가 들면서 더욱 절감하는 점이다.


  밖을 보면 콘크리트 숲이요, 지나가는 사람은 무표정하며 바쁘다.


  어른이나 아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비슷해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군중 속의 고독, 이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도 한다.


  ㅆ덱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보면 어린왕자가 살던 작은  별에서 혼자 


돌보던 장미가 있다.


  어린왕자가 여행을 하다가 큰 별에  도착해보니 자신이 애지중지 가꾸


던 장미꽃이 이곳엔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아닌가?


  허나 어린왕자는 그 많은 꽃들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내 꽃보다  탐스럽고 봉오리도 크고 얌전하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저것들은 내것이 아니야. 내가 물을 주고 벌레를 쫓아주며 가꿔온 그 


   말썽꾸러기 고집쟁이 만이 내꽃일 뿐이야.]


  그런 말을 남긴 채 어린왕자는 떠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별에 돌아와 변함없이 건방지고  도도한 한 송이 장미


를 소중하게 가꿨으리라,


  그렇다.


  대상이 어떤 것일지라도 신경을 쓰고  사랑으로 감싼다면 아무리 하찮


은 것일지라도 그것은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눈으로는 끝없이 높은 하늘을 볼 수  있지만 발은 대지를 밟고 있어야


만 한다.


  하지만, 요즘의  작태를 보자면 진공(眞空)의  상태에서 유영(遊泳)을 


하는 우주비행사들만이 있는 것같다.


  가까이 있어도 불안정한 진공의 세계...


  과거가 아름다웠노라고 추억에 잠기지 않아도  될 따뜻한 친구가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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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1 페이지

livinglegend님의 댓글

이 글 속에서 전해졌으면 하는 그 감정, 정서는 바로 정(情)이 아닐까 합니다! ^^
고독(孤獨)이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아마도 초딩 시절에 본 아버님의 책 제목에서였습니다!
지금도 1세기 이상을 살고 계신 김형석 님의 '고독이리는 병'이라는 책이었는데, 이사를 할 때마다 다락방 난간이건 고색창연한 책장에서건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국민학교 시절)이면 참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때였지만 나름 간간이 고독이라는 순간들을 겪어보았던 것으로도 기억하구요! ㅜㅜ
나중에 알게 되는 '고독한 군중'이라는 용어 또한 이 글에서 논해지는 이기주의적인 개인주의의 증가? 또는 팽배? 어쩔 수 없는 현상의 내용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허물없이(이거 쓰면 꼭 누군가의 수필이 떠올려질 것 같아 좀 머뭇거려지는데 그냥 씁니다^^) 불쑥 연락하여...
'뭐 하냐? 우리 집 ...인데 너넨 별일 없어?
야! 잠 안오면 나와! 막거리라도 한 잔 하게...'
이런 시덥지 않은 말들 주고받으며 만나질 수 있는 그런 친구, 그런 이웃이 있었으면 정말 마음의 옹삭함, 쪼잔함, 찌질함이 다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
이런 친구들이라면 정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거제어르신님의 댓글

겨울에는 구슬치기 한다고 손 다 갈라져서 따뜻한 물에 불려서 씻다가 다갑다고 칭얼 거리다 어머니한테 등작 맞곤 했지요

livinglegend님의 댓글의 댓글

구슬치기했다고 맞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손등이 온통 갈라지고 터서 안티프라민으로도 감당이 안됐던 기억이 납니다^^

livinglegend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도 나오는 게 있을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손흥민 군이 공고에 등장하는 안티프라민 파스, 또 동전형 안티프라민 파스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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