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龍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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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龍山) 이야기
남북한 행정구역상으로 용산면面
이나 용산동洞은 12개다.
마을까지 합치면 용산 지명은 아마도
수십 개 정도로 추정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에 따른
가장 핫한 곳으로 오늘은
서울 용산 이야기다.
용산 지명은 양화나루 산형과
남산에서 한강에 이르는 지역이
용의 형국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한미군도 우리처럼 용산을
"드래곤 힐"로 부른다.
용산은 한성백제 493년간 이름 없는 땅이었고,
통일신라 때도 수해 상습지로만 여겨지던 곳이었다.
고려 때에 사리진이라 이름하여
고려초에는 과주(현과천)에,
후에는 고양군에 속해 있었다.
비옥한 땅임에도 수도 개경에서는
용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조선의 한양 천도 후,
용산이 한성부로 편입되면서
물류의 중심지로 급부상하였고,
지금은 서울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며,
한국 국방의 요람이 되었다.
용산은 한강을 통해 쉽게 상륙할
수도 있으며 남산만 차지하면,
서울을 바로 점령할 수 있다.
불리한 경우에는 물길을 이용한
퇴로도 용이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외국 군대가 점령했거나 주둔한 군사적 요충지다.
용산 치욕의 역사는 고려시대(13세기)
몽골군 주둔이 시초다.
일본 정벌을 위한 병참기지로 용산과 그 일대를 썼다.
두 번째는 임진왜란 때(1592년)
평양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군이
용산에 주둔하며 재정비했다.
세 번째는 조명연합군에 의해 일본군이 퇴각하자,
이번에는 명나라가 주둔했다.
네 번째는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가 진을 쳤으며,
다섯 번째는 1882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인 5천 명이 용산에 주둔했다.
이때 청나라 장수가 그 유명한 원세개다.
여섯 번째는 1894년 동학혁명 때,
일본군 8천 명이 주둔했다.
이때부터 일본군은 계속 용산에 상주하며
청일, 러일전쟁까지도 치렀다.
한일합방 후에는 일본군의 조선군
총사령부와 총독부 관저를 두어
조선 통치의 지휘소가 되었다.
3.1운동의 의병진압부대이며,
태평양 전쟁의 한국 청년 강제
동원부대로 악명 높던 79연대도 용산에 있었다.
이 당시 일본은 임란 때부터 조선에서
사망한 일본군의 충혼비를 용산에
버젓이 세웠다.
일곱 번째는 일본 패망 후에 미군이
차지하여 미8군(주한미군) 사령부가 들어섰다.
미군은 일본의 충혼비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한국전 전몰자 기념비와
워커 장군의 동상을 세웠고
현재는 평택으로 이전했다.
정부 수립 전까지만 해도 용산
(미8군)기지는 오랫동안 치외법권
지역으로 한국에 있는 실질적인
미국 땅이었다.
정부 수립 후 드디어 한국군이 용산에
들어왔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가 용산에 설치됐다.
우리의 의지보다는 미군이 통제하기
쉽게 근접거리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육본은 89년 계룡대로 이전)
어림잡아 중국 몽골 10여 년,
일본 60년, 미국 80년 등 150년
세월 동안 외국군대가 직간접으로
우리 땅 용산을 점령했거나 통제했다.
박정희가 잠시 군복을 벗고 용산
(군무원)에 근무할 때 5.16 생각을 갖게 됐다는 설,
12.12 사태, 용산 재개발 참사 등
용산은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도 함께 했다.
근대화 시기 한국 제과의 발상지도 용산이다.
롯데, 해태, 크라운이 모두 용산에서 창립했다
지금의 강 개념이 없던 옛날에는
한강이 너무 커서 용산을 기준으로
2개로 나누었다.
윗쪽은 동강(東江)이나 동호(東湖),
아랫쪽은 서강(西江)이나 서호(西湖)
로 불렀다.
그래서 다리 이름도 동호대교,
서강대교라 지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짊어지고
서울과 한강의 중심에 서있는 용산,
이제 또 다른 시대를 맞고 있다.
용산의 용틀임을 기대한다.
♧ 여담
경기 남부, 충청, 호남의 어르신들은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과 호남선,
장항선, 전라선의 기착지 용산역에
대한 추억과 애증이 각별하다.
군용열차로 논산 훈련소에 갔던 신병들,
광주 상무대로 갔던 초급장교들,
그들의 기억 한 편에 평생 남아 있는 곳도 용산역이다.
한국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큰 재벌가 일원들이 한남동, 이태원 등 용산에 상당수가 거주하고 있다.
외국 대사관이 밀집되어 있는 곳도 용산이고, 통일교, 이슬람교 등
특별한 종교시설도 용산에 있다.
아무래도 용산은 외국의 필인 것같다.
<펌 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