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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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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떡>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서 옷깃을 여미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사귀는 같은과 오빠와 다투어서 마음이 안 좋아 눈을 감고 한참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젊은 총각이 참 착하네. 이 떡 하나 드슈. 내가 너무 고마워서 그려."

 


커다란 대야에 떡을 잔뜩 들고 계신 할머니께 이떤 남자가 자리를 양보했나보다. 

 

 

땀을 흘리며 숨을 내쉬는 할머니 얼굴엔 커다랗게 주름진 웃음이 있었다.

 


"낯이 익네, 어디서 뵌 분 같은데, 혹시?"

 


문득 옛 과거 속 한 장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만수동 시장 골목 좌판에서 떡을 파시던 그 할머니?!'

 


내 머리는 바르게 회전하여 5년 전 고등학교 시절, 유난히 추웠던 겨울밤을 떠올렸다.

 


갑작스런 이사로 인해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멀었다. 

 

 

그날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했다. 자주 오지 않는 27번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버스비를 꺼내기 위해 가방을 뒤졌는데 가방 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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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버스는 먼저 갔고 시간은 이미 10시가 훌쩍 넘은지라 서드르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을 거라는 생
각에 사람들을 붙잡고 버스비를 빌려달리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죄송한데요. 제가 지갑을 잃어버려서요. 꼭 갚을 테니 버스비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 이 앞에 있
는 고등학교 다니는 학생이에요. 학생증도 맡길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말을 듣기도 전에 발걸음을 재촉하였고 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 시멘트 바닥에 주
저앉아 버렸다.

 


한창동안 아무 생각 없이 울고 있을 때 시장에서 장사를 다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 한 분께서 내
게 말을 붙이셨다.


"왜 울고 있누? 날씨도 추운데 집에 얼른 들어가지 않고."

 


내 사정을 들으신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미셨다.

 


"어이구. 집도 머네그려. 얼른 이거 가지고 버스 타러 가. 아, 배도 고플텐데 가면서 이 떡 좀 먹고"

 

 
따뜻한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고맙다고 수차례 인사를 하고 난 후에 집에
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할머니께 드릴 감사의 편지 한 장과 천 원, 그리고 박카스를 한 병사
서 편지와 함께 종이봉투에 담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할머니께 찾아필 생각에 외출증을 받아 할머니를 찾아갔다.



"여기서 장사하시면 안 됩니다. 얼른 치워주세요."

 


감자기 노점 단속반이 들이닥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떡을 줍고 계신 할머니께서 말없이 자리를 일
어서셨다. 그리고는 대야를 이고 어디론가 가시는 것이 아닌가.

 


파란불 신호를 기다리며 바로 앞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너무 속이 상했다. 신호가 바뀌자마
자 얼른 뛰어 할머니를 쫓아갔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버릇처럼 등하교길에 혹시나 하고 그 자리를 보았지만 다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
다. 

 

 

그런데 그 때 그 고마웠던 분이 지금 바로 내 눈 앞에 계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정류장은 송내, 송내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으로 내리시길 바랍니다."

 


할머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대야를 머리 위에 이셨다. 나는 얼른 내려 할머니 뒤를 따라갔다. 

 

 

높은 계단을 할머니께서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오르셨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는 재빨리 할머니 머
위에 있는 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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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계단까지만 들어드릴게요."

 


" 이거 무거울 덴데. 아가-씨. 그냥 이리 줘"

 


"저 힘이 세요. 천천히 올라가세요."

 


계단 위까지 올라와서 5년 전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됐네. 오늘 너무 고맙네. 이 떡 좀 드시게 식어서 좀 딱딱하지만 내 마음이
우. "

 


그 때, 할머니' 하며 다가오는 남자를 본 순간 나는 그만 너무 놀라 내 눈을 의심했다.

 


그 남자는 바로 내가 사귀는 오빠였다. 오빠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 아가-씨가 짐을 들어줬다."

 


할머니의 말에 오빠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

 


"고맙다. 미애에게 이런 면이 있었네. 어제는 미안했어, 우리 싸우지 말자."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여러번 저를 구해주시네요."

 

 
"우리 손주, 참 여자 보는 눈이 있구만 "

 


우리는 길거리에서 그렇게 훤하게 웃고 있었다.

 


화해는 우연을 가장하며 온다는 것도 알았다.



출처: https://thanks201.tistory.com/1241 [세상의 따뜻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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