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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스] 꽃을 파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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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며칠 전에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왔는데요~

사인을 받으면서 살짝 여쭈어보았습니다.

혹시 제 블로그에 선생님 글을 한편씩 올려도 괜찮을지~

그랬더니  쾌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아주 따뜻한 글입니다.

이미 여러 번 읽어 보신 이웃님들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담아보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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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파는 할머니                       

민혜 아빠는 국립묘지 앞에서 꽃집을 하고 있었다. 

그 부근에는 꽃집이 민혜네 하나뿐이라 

꽃을 사려는 사람들은 모두 민혜네 꽃집으로 왔다.

그런데 묘소 앞에는 허리가 활처럼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좌판에서 꽃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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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할머닌 좀 웃긴 거 같아. 아빠도 알어?

저 할머니가 묘소 앞에 놓인 꽃들을 몰래 가져다 파는 거?"

"아빠도 알고 있어."

"아니, 팔게 따로 있지. 그걸 가져다 팔면 어떻게 해? 아무래도 관리소 사람들한테 말해야겠어."

"오죽이나 살기 힘들면 죽은 사람들 앞에 놓인 꽃을 가져다 팔겠니? 그냥 모른 척해라."

"아빠는……. 모른 척할 게 따로 있지. 저건 옳은 일이 아니잖아.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까 우리 집에서 사다 갖다놓은 꽃들을 

다음날 새벽에 몰래 가져다가 반값도 받지 않고 팔고 있나 봐."

"옳고 그른 건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그래도 저 할머닌 욕먹을 짓을 하고 있잖아.:

"민혜야, 다른 사람을 욕해서는 안 돼. 

우리도 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는 거야."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나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서너 명의 손님이 꽃집을 찾는 게 전부였다. 

묘소를 찾는 사람들이 적으니 묘소에 놓여진 꽃도 적었다. 

민혜는 꽃을 파는 할머니가 허탕을 치고 가는 모습을 벌써 여러 번 보았다.



어느 날, 새벽, 민혜는 묘소 반대편에 있는 시민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새벽 공기는 상쾌했다. 그때 멀리 보이는 묘소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양쪽 손에 무언가를 들고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게 꽃을 가져가는 그 할머니 같았다. 

민혜는 그냥 가려다가 당황해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민혜는 너무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그 모습은 할머니가 아니라 바로 아빠였다. 

민혜는 동상 뒤로 얼른 몸을 숨겼다.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양손에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아빠였다.

아빠가 묘소에 놓인 꽃들을 들고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민혜는 계속 아빠를 지켜보았다. 

운동복 차림의 한 남자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빠 앞으로 지나갔다. 

몹시 당황한 아빠는 양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묘소에 다시 두고는 주위를 살피며 걸어 나왔다.

"아빠……."

"어, 아침부터 여긴 웬일이냐?"

아빠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빠, 근데……, 왜 묘지 앞에 있던 꽃다발을 들고 있었어?"

민혜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응, 봤냐? 겨울이라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랬어. 

묘소 앞에 꽃이 없어서 그런지, 할머니가 요 며칠째 헛걸음을 하시기에……. 

하도 안돼 보여서 아빠가 꽃을 좀 갖다 놓은 거야."

겸연쩍게 웃고 있는 아빠에게 민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혜 아빠는 민혜에게 늘 말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거라고. 

우리의 삶이 꺼져갈 때마다 우리를 살리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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