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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맺어준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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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맺어준 아름다운 사랑

 

 

 

하늘이 맺어준 아름다운 사랑

 

세상에는 인연이란 것이 있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과 부딛히며 살아간다.
그 중에는 서로에게 좋은 인연도 있고 다시 만나고 싶지않은 악연도 있다.
그리고 정말 불교에서 말하는 운명적인 만남도 있다.
이 얘기는 실제 있었던 일로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인 것 같아 소개해 드릴까 한다.

어떤 각자 다른 부부가 노원구에 있는 원자력 병원에 입원을 했다.
한 쪽은 남자가 입원을 하고 다른 한 쪽은 여자가 입원을 한 것이다.
남자는 위암 3기고 여자는 유방암 3기였다.
다 같이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암에 관한한 원자력 병원이
가장 전문병원으로 통하기 때문에 대개 마지막으로 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부부도 서울 시내 종합병원 몇 군데를 다니며 온갖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아보고
결국 이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두 부부가 모두 평소에 잉꼬부부라는 소리를 듣는 금슬 좋은 부부였다.
이들이 나이들도 비슷하고 입원 날자도 비슷한 날자에 바로 옆 병실에 입원을 했다.

K씨 부인은 직장을 다니다 남편 병간호 때문에 직장을 1개월 휴직계를 내고 남편 병 시중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또 P씨의 남편도 직장에 한 달 쉬기로 하고 부인의 병 간호에 전력투구 하고 있었다.
옆 병실이라 우연히 병원 로비 휴게실에서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도 하고

자판기 커피를 같이 마시며 환자의 안부도 묻곤 했다.

그러다 퇴원을 하고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서로 헤어졌다.
항암치료 받으러 왔다가 병원 복도에서 우연히 한 번 마주쳤으나 상황이 긴 얘기 할 계제도 못되어
서로 목례정도 하고는 헤어져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러고 1년후 우연히 P씨 남편이 근처에 왔다가 공릉동 원자력 병원을 찾았다.
저 세상 먼저 간 부인을 ‘참 나쁜 사람’ 야속하다 생각하며 부인이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찾아 쓸쓸히

병원 여기 저기를 서성거리다 입원실 로비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부인과의 살아온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K씨 부인도 그 날 보험회사에서 남편 진료 차트가 필요하다 해서 병원 원무과를 들렀다.
그래도 남편이 오래 입원해 있었던 병실 근처를 배회하다 휴게실에 들러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왠 낯설지 않은 남자분이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조용하던 휴게실에 인기척이 나니 눈을 뜨며 쳐다보는데 직감적으로 1년 전에 같이 입원했던 그 P씨 부군이었던 것이다.

서로 깜짝 놀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1년이란 세월이 참으로 아득하게 10년이라도 되는 양 이들에게는 길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그동안 퇴원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서로 연락처도 주고 받지 않아 알 길이 없었다.
그 1년 사이에 두 사람은 평생의 반려자를 잃고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 사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이사도 가고 생활의 변화를 주며 떠난 사람을 잊으려 애쓰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스러운 마음에 서로의 아픈 상처를 달래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 날 처음으로 명함을 주고 받고 헤어졌다.

그러고 또 1년이 지나갔다.
사실 아직도 마음의 상처들이 아물지 않아 누가 먼저 전화를 해볼 마음도 뜻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K씨 부인이 어데를 갈려고 전철타러 종로 3가를 가고 있는데 마침 P씨 부군이 반대 방향에서

건널목을 건너오다 우연히 만났다.
P씨 부군은 직장이 그 근처라 점심먹으러 나오던 길이었다.
반갑다며 인사를 하고는 오던 길을 돌려 K씨 부인을 따라오며 마침 점심 시간이니 시간이 된다면 식사나 같이 하잔다.
어차피 점심은 어데 가서라도 먹어야 하니 그러자 해서 조용한 일식집을 찾아 갔다.
알고 보니 서로 직장이 바로 근처였다.

그러고 또 1년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같이 동병상린(同病相燐)의 마음에 시내에서 한 번 만남이 있고부터 서로를 터놓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자연스레 만남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서로를 동정하고 위로하던 마음이 점점 사랑으로 싹터 갔다.

어느 추운 겨울 아이들 방학 때 인천공황 국제선 청사에 두 중년 남녀가 다정스레 팔장을 끼고
호주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 어렵게 만나 조심스레 사랑을 키워온 그 두 사람이 드디어 양가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의 축복 속에
조촐하게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서로가 애즈린 반쪽을 하늘나라로 보낸지 만 3년이 지났다.
그래도 좌절치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참으로 어렵게 3년만에 세 번에 걸친 우연의 만남 끝에 맺는

이들의 사랑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게 축하해 주었다.

서로 쓰라린 상부상처(喪夫喪妻)의 아픔 속에 피어난 한 송이 연꽃처럼
하늘이 맺어준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2022년 2월 3일

'긴 연휴가 끝나 조용하고

평온한 목요일 아침에'

푸른 돌(靑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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