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뭉쳐야 찬다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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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축구 참 잘 합니다. 그런데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아이들 답게 공 잡으면 주변 살피고 공간 많은 반대편으로 열어주는 교과서적인 정석 플레이를 합니다. 14살인데도 너무나 잘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아쉽습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한명의 아이를 제외하고는 개인 드리블을 하는 아이가 없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혹여나 개인기 하다가 공을 뺏기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혹여 경기라도 지게 되면 느끼게 될 책임감과 압박감 때문이겠죠. 우리 애들은 경기에서 이겨야만 하니까요.
근데 14살, 그 어린 애들이 이기기 위한 축구만을 해야 할까요? 즐기면서 축구하면 안되는 걸까요? 프로팀의 유스는 즐기는 축구를 해서는 프로가 될 수 없는 걸까요? 골을 먹히던 말던, 경기를 지던 말던 즐겁게 축구하면 어떨까요? 자유롭게 개인기를 쓰도록 놔두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떠올려봅니다. 손흥민을 제외한 누구 하나 경기 내내 개인기 쓰는 걸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1:1을 돌파할 능력이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빈공간에 떨어지는 좋은 패스가 아니면, 옵사이드 트랩을 뚫는 멋진 스루패스가 아니면 좋은 기회를 창출하지 못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조기 축구를 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상대팀 누군가가 개인기를 사용하면 우리 팀 사람들이 '담궈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개인기로 자신을 돌파하면 그가 자신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고, 이건 선출 출신들일수록 더 강해보입니다.) 이해가 잘 안갑니다. 상대방이 멋진 개인기로 자신을 제치면 자신도 한 번 해보려고 하고, 한 번 배워보려하는 생각을 하긴 어려운 걸까요? 설사 무시를 했더라도, 그것을 담궈야겠다는 마음으로 반칙을 하기보다 무시당한 만큼 실력으로 되갚을 생각을 왜 하지 못할까요?
몇년전에 어느 한 대학 축구 유명한 선수가 프로로 진출한 뒤 굉장한 개인기로 골을 넣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선수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역시나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개인기를 자주 쓰지 않는다. 이런 개인기를 쓰면 선배들이 싫어한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 프로 경기나 국대 경기에서 패스와 백패스만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어려서부터 윗사람에게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 유소년들 20세 이하에서는 꽤나 좋은 성적을 냅니다. 실력도 월등해보입니다. 그러나 성인무대로 가면 언제나 뒤쳐지죠. 유소년 시절엔 승리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연습경기 속에서 축구를 익히도록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어려서부터 개인기를 봉인하고, 연습경기조차 승리를 위한 체계적인 축구를 하도록 배웠고, 틀에 박힌 축구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축구든 공부든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이 학생들에게 좀 더 자유로움을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