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대화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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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인 것 같아 옮겨 봅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고 안전하게 표현하는 것...
요즘 시대에 참으로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막막하고 우울해지는 경우, 신경이 쓰여 불안해지는 경우 등 결과는 다르지만 인간관계가 시작점이 되곤 합니다. 상대가
악한 마음을 먹고 있다면 대화로 풀려고 해도 어렵겠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관계에서도 계속 오해가 쌓인다면
이것보다 안타까운 것도 없습니다.
최근에 아내가 수년간 준비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와 일주일 정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는 엄마의 일정을 미리 얘기해두었죠. 엄마가 둘째 날 저녁에는 집에 오겠다고
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날 저녁에 계속 엄마를 찾기에 아이를 달랬습니다. 문자에는 답장이 없어 방해가 될까 기다리다 전화를 했더니 일정이 꼬여 못 온다고 하네요. 스피커폰으로 아이에게 목소리를 들리게 하고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했다고 전하며 엄마와 인사를 시켰습니다.
아이는 잠깐 인사하고는 속이 상했는지 눈물을 참는 듯 끔벅대며 더 얘기는 안하고 공부하는 소리를 크게 냅니다. “엄마 보고 싶어서 기다렸을 텐데. 속상했겠구나.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얘기해도 괜찮아”라며 아이를 다독여줬습니다. 아내에게는 내가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이 사건을 얘기하며 남편과 아들로서 서운했던 상황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때는
신경이 쓰일까봐 더 얘기하지 못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되면 가족에게 꼭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내는
미안해하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상대를 지적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요. “당신은 애랑 약속도 안 지키고, 그러면
애가 어떻게 부모를 믿겠어”라고 시작한다면 좋은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의 불편한 감정과
그때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 됩니다. 구체적인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신은 가족하고 한 약속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봐”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좋게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본보다 더 기초가 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직접 전화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다렸는데 못 보게 되어 서운하다는 자신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불만만 쌓였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오해가 반복해서 쌓이면 엄마와 사이가 나빠지거나,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불만이 가득한 아이가 될 수도 있겠죠. 말을 못하는 아기였다면 울기만 했겠죠. 서운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어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서운함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알더라도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입니다. 안전하게 표현하는 것을 익혀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어느 수업에서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울고 보채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날이라면 어떨까요. 두
상황을 구분하지 못해 그냥 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표현해도 괜찮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어린 아이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많은
성인들도 익숙하지 못합니다. 내가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모호한 불편감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상대 또한 왜 저 사람이 협조하지 않는지, 짜증만 내는지 실마리를 찾기 힘듭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관계가
어그러질 것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게 될 수도 있고, 직장에서 협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갈등이 대화도 없이 마법처럼 해결되기는 어려울 텐데 우리는 노력 없이 결과를 얻길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최근 어느 칼럼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 중 하나가 협상하는 문화라는 내용을 봤습니다. 경청하고 토론하고 합의안을 찾아 타협하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것이 정치나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된 표현이라면 감정과 인간관계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요즘은 초등학교
수업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경청과
협의를 통해 내 감정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상대와 협상하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인간관계의 타협안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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