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자살하는 것은 잘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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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자살하는 것은 잘못입니까?
그 질문 자체에 두 가지 잘못된 개념이 들어 있으니,
나는 네가 만족할 만큼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그 질문은 두 가지 잘못된 가정을 근거로 하고,
두 가지 오류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잘못된 가정은
“옳고” “그름” 따위가 있다는 가정이고,
두 번째 잘못된 가정은
죽임이 가능하다는 가정이다.
따라서 네 질문을 분석하는 순간,
질문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
이 대화 곳곳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지적했듯이
“옳고” “그름”은 궁극의 현실과 전혀 관계없다.
인간의 가치관으로만 존재하는 철학상의 양극이다.
게다가 그것들은 너희의 체계에서조차
불변의 구조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시각각 변해가는 가치들이다.
오늘의 너희를 찬미하되,
어제의 너희를 비난하지 말고,
내일 될 수 있는 너희를 배제하지도 마라.
“옳고” “그름”이 너희 상상이 지어낸 허구고,
“괜찮고” “괜찮지 않음”이
너희 최근 선호와 짐작에서 나온 선에 불과함을 이해하라.
예컨대 사람의 생명을 끝내는 문제에서는,
그렇게 하는 건 “괜찮지 않으리란” 게
현재 너희 행성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짐작이다.
마찬가지로 지금도 너희 중 다수는
자기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게 괜찮지 않다고 주장한다.
두 경우 모두에서,
너희는 이것이 “계율에 어긋남”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너희가 이런 결론에 이른 것은 십중팔구,
상대적으로 빨리 삶을 끝내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긴 시간에 걸쳐서
삶을 끝내는 행동들은 똑같은 결과를
이뤄내더라도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다.
따라서 너희 사회에서는
권총으로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은 보험 혜택을 상실하지만,
담배로 그렇게 한 사람의 가족들은 보험 혜택을 상실하지 않는다.
너희의 자살을 도와주는 의사는 인간 백정이라 불리지만,
담배 회사가 그렇게 하는 건 상업이라 불린다.
이처럼 너희에게는 그것이 그냥 시간의 문제여서,
자기 파괴의 합법성, 그것의 “올바름”이나 “그릇됨”은
그런 행위를 누가 하는가뿐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는가 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듯이 보인다.
죽음이 빠를수록 그것은 더 “잘못된” 것처럼 보이고,
죽음이 느릴수록 그것은 좀 더 “괜찮은” 쪽으로 기운다.
재미있는 건, 이것이 진짜 인도적인humane 사회라면
내렸을 결론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어떤 것을 “인도적”이라고 일컬을지에 대한,
모든 근거 있는 규정들에 따르면,
죽음은 짧을수록 좋다.
그럼에도 너희 사회는
자비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벌하고,
미친 짓을 하려는 사람들은 상 준다.
신이 요구하는 게 끝없는 고통이고,
그 고통을 인도적으로 빨리 끝내는 걸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다.
“인도적인 자를 벌하고, 미친 자를 상 줘라.”
오직 한정된 이해를 가진 존재들로
구성된 사회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좌우명이 이것이다.
그러기에 너희는 발암물질들을 들이켜서
너희 체제를 독살하고,
너희를 서서히 죽게 만들 화학약품들로 처리된 음식물을 먹어서
너희 체제를 독살하며,
너희가 쉬지 않고 오염시킨 공기를 마셔서
너희 체제를 독살한다.
너희는 천 번이 넘는 순간들에
백 가지 다른 방식으로
너희 체제를 독살하는데,
이런 물질들이 너희에게 전혀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너희를 죽이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니,
덕분에 너희는 벌 받지 않고
자살할 수 있다.
반면에 너희가 더 빨리 듣는
뭔가로 자신을 독살한다면,
너희는 도덕률에 어긋나는 짓을
저질렀다고 비난받으리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게 부도덕하지 않듯이,
자신을 빨리 죽이는 것도 부도덕하지 않다.
나는(자살한 사람을) 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