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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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적엔 와이프가 설거지 할 때 뒤에서 꼭 껴안아 주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설거지 중에 뽀뽀도 하고 음, ... 그랬습니다.
지금은 설거지 할 때 뒤에서 껴안으면 바로 설거짓물 얼굴에 튕깁니다.
신혼 적엔 월급날이면 정말 반찬이 달랐습니다.
반찬이 아니라 요리였습니다.
지금은 월급날 '쥐꼬리 같은 이 돈으로 사네, 못사네' 하면서 잔소리 들으며 쪼그려 밥먹습니다.
신혼 적엔 충무로에서 영화보고 수유리까지 걸어오며 절반 쯤은 업고 오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자, 업혀' 하며 등 내밀었더니 냅다 등을 걷어채였습니다.
코 깨졌습니다.
신혼 적엔 집에서 밤샘작업을 한다치면 같이 잠 안자며 야식도 해주곤 했습니다.
지금 집에서 밤샘작업 하다가 밥차려 먹을라 치면 슥 나와선 '부스럭 거린다'며 협박하고 드갑니다.
신혼 적엔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당장이라도 찢어지고 싶답니다.
자식 때문에 참는답니다.
신혼 적엔 기상시간이 늦는 나를 깨울 땐 녹즙이나 먹을 것을 입에 물려주며 깨우곤 했습니다.
지금은 일어나 보면 혼자 싹 밥 먹고는 밖에 마실 나가고 주방엔 찬밥도 없습니다.
신혼 적엔 생일선물 꼬박꼬박 챙겨받았습니다.
(슈퍼 겜보이, 슈퍼 컴보이, 네오CD, 새턴, 플스, 컴퓨러...)
지금은 내 생일이 언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혼 적엔 내가 새로운 일을 시도한다고 하면 적극 찬성하고 밀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일 한다(?)치면 죽습니다.
(그나마 없는 살림 많이 말아 먹었던 전과가 있으므로...)
내가 이렇게 글 쓰게 된 결정적인 일
밤에 아들은 잠들고 누워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내 옆에 있는 리모콘을 달라고 하길래 '뽀뽀 해주면 주지 ~'라고 말했습니다.
리모콘으로 입술 무지 아프게 맞았습니다.
뽀뽀가 그렇게 큰 죄인지 진짜 몰랐습니다.
아직도 입술이 얼얼합니다. 흑~~~~~
- 지인이 보내준 메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