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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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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지른 물은 다시는 물동이로 돌아 가지 

못 한다. 

다시말해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한 번 헤어진 부부는 다시 돌이킬 수 없고, 

한 번 헤어진 벗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중국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 (武王)의 아버지, ''문왕''(文王) 의 시호를 가진 ‘'서백’'이 

어느 날 황하강 지류인 위수로 사냥 나갔다가 피곤에 지쳐 강가를 거닐던 중 낚시를 하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한 노인을 만났다. 수인사를 나누고 잠시 세상사 이야기를 하다가 서백은 깜짝 놀라고 만다.  


초라한 늙은 시골 노인이 외모와는 달리 식견과 정연한 논리가 범상치 않았다. 

단순히 세상을 오래 산 늙은이가 가질 수 있는 지식 정도가 아니라 깊은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논리였다.

 

잠깐의 스침으로 끝낼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 서백은 노인 앞에 공손하게 엎드려 물었다. 


"어르신의 함자는 무슨 자를 쓰십니까?" 

  "성은 강(姜)이고 이름은  

   여상(呂尙)이라 하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제가 스승으로 모셔야 할 분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너무 과한 말씀이오. 

이런 촌구석에 사는 농부가 뭘 알겠소." 


‘'강여상'’은 거듭 사양을 했으나, 서백의 끈질긴 설득으로 끝내 그의 집으로 따라갔다.

그때 강여상은 끼니 조차 잇기 힘든 곤궁한 상태였다. 


그런 그에게 못 견디어 아내 ‘'馬씨'’ 마저 집을 나간지가 오래됐다.

 

강여상은

서백의 집으로 따라 가 

그의 아들 ‘'발’'의 스승이 돼 글을 가르쳤다. 

그 발이 바로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이고 강여상은 주나라의 ''재상''(宰相) 이 되어 탁월한 식견과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강여상이

어느 날 가마를 타고 행차를 하는데, 웬 거지 노파가 앞을 가로 막았다. 

바로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아내 馬씨였다.

남편 여상이 주나라 재상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천리 길을 걸어서 찾아온 것이다. 

마씨는 땅에 엎드려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강여상은 하인을 시켜 물을 한 동이를 떠 오게 한 후 마씨 앞에 물동이를 뒤짚어 엎었다. 

물은 다 쏟아지고 빈 동이는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런 후 마씨에게 


"이 동이에 쏟아진 물을 도로 담으시오. 

그렇게만 한다면 당신을 용서하고 집에 데려 가겠소." 


마씨는 울부짖으며 말했다.

"아니! 

한 번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도로 담습니까?  

그것은 불가능 합니다." 


강여상은 그 말을 듣고는

"맞소. 한 번 쏟은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고 한 번 집과 남편을 두고 떠난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소." 


마씨는 호화로운 마차에 올라 멀리 떠나가는 남편 강씨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노인 ‘'강여상’'이 바로 

낚시로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이다. 

이 "복수불반분"의 이야기는 긴 세월 동안 전승돼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조선 숙종 때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인 ‘'옥단춘전’' 

(玉丹春傳)에 

한 마을에 

 ‘'김진희’'(金眞喜)과

 ‘'이혈룡’'(李頁龍) 이라 는 같은 또래의 아이 두 명이 있었다. 

둘은  동문수학하며 형제같이 우의(友誼) 가 두터워 장차 어른이 되어도 서로 돕고 살기로 언약했다.

 

커서 김진희는 과거에 급제해 평안감사가 됐으나, 이혈룡은 과거를 보지 못하고 노모와 처자를 데리고 가난하게 살아가던 중 평양감사 된 친구 진희를 찾아갔지만 진희가 만나주지 않았다. 


하루는 연광정(鍊光亭)에서 평양감사가 잔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찾아갔으나, 진희는 초라한 몰골의 혈룡을 박대하면서, 사공을 시켜 대동강으로 데려가 물에 빠뜨려 그를 죽이라고 한다. 


이때, 

‘'옥단춘'’이라는 기생이 혈룡이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사공을 매수, 

혈룡을 구해 그녀 집으로 데려가 가연(佳緣) 을 맺는다. 

그리고 옥단춘은 이혈룡의 식솔들까지 보살펴 준다. 


그후 혈룡은 옥단춘의 도움을 받아 과거에 급제, 암행어사 가 돼 걸인행색으로 평양으로 간다. 


연광정에서 잔치하던 진희가 혈룡이가 다시 찾아 온 것을 보고는 재차 잡아 죽이라고 하자, ‘'어사출도’'를 해 진희의 죄를 엄하게 다스린다. 

그 뒤 혈룡은 우의정에까지 오른다. 

어린 날의 맹세를 생각하며 찾아온 이혈룡을 멸시, 죽이려 한 김진희는 겉으로는 우의(友誼)를 내세우며 자신의 체면과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우정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양반층의 숨겨져 있는 추악하고 잔인한 이중적인 본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강태공과의 천생연분을 함부로 끊은 아내 馬씨와 이혈룡과의 친구간 우애를 

칼로 무자르듯 잘라버린 김진희는 모두 말로가 매우 비참해졌다. 

이것은 상식이다. 


''연분''과

''인연''과 

''우정''의 맺힌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 지혜롭다. 

삶에서 생긴 고리도 함부로 끊는게 아니고 푸는 것이다. 일단 끊어 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다. 

인연과 연분을 함부로 맺어도 안 되지만, 

일단 맺은 인연이나 연분을 절대 쉽게 끊으려 해선 

더욱 안 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연(緣)을 함부로 맺고, 

또 마구 자르는 것은 무식한 者의 몰상식한 소치(所致)에 불과하다. 


사랑과 우정 등 인연의 진정한 가치는 

''어떻게 끊어 내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륜에서 생긴 매듭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여기서 ''군자''와 ''소인배''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소인배는

인연과 연분을 마구 끊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는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상대가 잘못했다.''는 ''독설''로 상대를 공격하는 잔인성을 드러내고 만다. 


공자는 

論語 ''衛靈公篇''에 

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군자는 자신에게 허물이 없는가를 반성하고, 소인배는 잘못을 남의 탓으로 들춰 낸다."고 했다. 


자신의 과오는 모른 채 

나를 그 지경에 빠뜨린 상대방 탓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똑 같은 경우에 맞딱뜨리게 돼 끝내는 허망에 빠져들고 만다.

 

사랑과 우정에 혹시라도 얽힌 매듭이 생겼다면 하나 하나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한다. 

그게 숱한 인연과 연분속에 더불어 사는 지혜로운 삶이다.  


잠시의 소홀로 연을 함부로 끊어버리면 양쪽 상대 모두 비참해지고 인간성마저 추악하고 피패(疲弊)해 진다. 


※나이가 들수록 

연분과, 

인연과, 

우정을 무 자르듯 잘라내는 ''불학무식''(不學無識) 상태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연(緣)에 매듭이 생기면 더 오래 인내하면서 풀어 나가는 

지혜로운 습관을 습득한 지성인만이 인생의 최종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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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 페이지

livinglegend님의 댓글

일정 부분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군요^^
끊어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늘 자책하면서도, 지금에 와서는 다시 함부로 끊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고 보니...
정말 저는 우유부단함 자체인 것만 같습니다ㅜㅜ
참으로 제 코가 석자이면서 남의 입장을 헤아린답시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니 참... 스스로도 한심스럽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ㅜㅜ

livinglegend님의 댓글의 댓글

그럼에도 그걸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말 있잖아요?
내가 어떤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초지일관, 남이 그러면 ㄸ고집!
내가 결정을 미루면 신중한 거고, 남이 결정하지 못하면 우유부단... 그런 식으로... ^^
말씀대로 누구나, 많이들 그러고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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