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이질
달빛 고운 정월에 저녁 물리고
핏줄 섞이지 않은 두 여인이
홍두깨 들고 마주 앉으니
말 없는 긴장에 호롱불 파르르 떨고
차디찬 청석 위
겨우내 얼룩진 홑청이 맷집으로 놓였다
시어머니 시작으로 새댁도 뒤따라
응어리진 설움
어금니 물고 두드리니 눈물 맺히고
거침없이 풀어내는 휘모리장단은
뒷산 소나무 흔들어
미움을 사랑으로 변화 시켜 잦아든다
숨죽이며 눈치 보던 아이들
엇박자 없는 생생한 가락에 곤히 잠들고
창호에 어린 고부(姑婦) 그림자는
한 폭 수묵화 되어 가문의 유산이 된다.
- 정채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