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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존재하는 법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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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홀로 존재하고 싶은
깊은 속 뜰의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한 며칠 일도 다 때려 치고
내 행동 범위도 최소한의 것으로 한정시킨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핸드폰, 전화 벨 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행여 tv를 켜거나 신문 보는 것 조차 번거로워 잠시 접어 둔다.

이른 새벽 도량석 돌며
뒷 산 깊숙이 까지 들어가 보기도 하고
예불이 끝나도 호젓하게 부처님 전에 앉아
그저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도 한다.

될 수 있다면
먹는 음식도 소박하면 좋겠고,
군것질도 끊고 나면 속이 비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야말로
입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는 일이 적고,
뱃속에는 밥이 적을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배려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의미하는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느낌이
우리의 속 뜰을 더 생생하게 비춰 주고
우리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깊이를 가져다 준다.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헛헛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텅빈 가운데 성성하게 깨어있는 속 뜰은
마구잡이로 채워넣는 소유의 정신에 비할바가 아니다.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함께 할 수 있고,
작은 나의 허울을 벗고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혼자 있으려면
번거로운 우리의 소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잔뜩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면
우린 호젓하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물로부터 소유를 당하며 소유물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 소유란
물질적인 것들이 물론 포함되지만서도 돈, 명예, 권력, 지위, 배경, 학벌, 등등
의 것들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참으로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이런 것들이 있건 없건, 높건 낮건 우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존재하면서도 충만할 수 있는 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적인 것들이 많이 채워져야 충만하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돈이며 명예 권력 지위 학벌이며 온갖 소유물들이 넘쳐나야 행복하지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나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내 존재의 뿌리를 잃어 버린 것 마냥 외로워 하고 괴로워 한다.

또한 이러한 유형 무형의 소유물로부터,
온갖 물질로부터 자유로워 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온전한 홀로 있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홀로 있음의 실천요소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정신의 홀로 있음이다.

아무리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살더라도
온갖 소유의 울타리로부터 자유롭게 살더라도
우리 머릿 속이 온갖 번뇌와 탐진치 삼독심으로
또 잡다한 지식 같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면
우린 참으로 홀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듯,
우리 정신 또한 온갖 번뇌며 숯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머릿속이 맑게 비워져 있어야
그땐 우린 참으로 몸도 마음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세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넘쳐나는 소유물 속에서
또 온갖 지식과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리고 그것들로 인한 터질 것 같은 번뇌와 잡념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우린 누구나
이따금씩이라도 홀로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짐으로써
채움으로 삶의 목적을 삼아왔던 우리의 삶의 방식을
조금씩 비움으로, 놓아감으로 바꾸어 갈 수 있다.

우린 어차피 혼자서 잠시 이 지구로의 여행을 온 것이고,
이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 갈 때,
또 다른 삶의 여행을 떠날 때 또다시 우린 혼자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때 그동안 쌓아 놓았던 모든 것들을, 인연이며, 소유물들을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미리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버리는 연습을 해나갈 수 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우린 당당해질 수 있고
내 안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의 좋고 나쁨이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숲도 봄이되니
한겨울 외로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홀로 우뚝 서 있던 나무들이
이제 다시금 여행을 떠나려고 재잘거리고 있다.

겨우내 나홀로 이 추위를 맞이했던 이 나무들은 잘 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홀로 존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러고 나면 또 다시 함께 존재하는 풍성한 시간 또한 오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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