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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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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을 새로 샀다
원래 수첩에 적혀있던 것들을
새 수첩에 옮겨 적으며 난 조금씩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느 이름은 지우고
어느 이름은 남겨 둘 것인가
그러다가 또 그대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 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이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이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나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

-이해인 '인연의 잎사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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