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분류
침을 허락하다
컨텐츠 정보
- 5,701 조회
- 9 댓글
-
목록
본문
침을 허락하다.
맞벌이에 시달리다
40 중반을 넘긴 줄 모르는 집사람과
나란히 팔다리에 침을 맞는다
하기야 바쁘게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
승용차도 5천 킬로 넘으면 오일을 교환하고
사람도 마흔이 넘으면 철이 들지 않던가
이젠 내 몸에도 침을 꽂아
잠자고 있는 내 몸의 치유 능력을 깨우고 싶은 것이다
간호사가 집사람의 침을 빼는 것을 보고
슬쩍 발동하는 장난기
보세요 이 사람 찔러야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에요
내가 이런 사람과 20년을 넘게 살았다고 했더니
웃는 간호사 뒤로
여섯 번째 뺀 오른쪽 새끼발가락 사이에서
나오는 저 붉은 선혈
아! 그래 당신도 사람이었구나
애들도 남들의 두 배를 낳고
1인 3역을 해내던 강한 당신도
붉고 따뜻한 피를 소유한 사람이었구나
내 몸에 꽂힌 침을 몸으로 밀어내는데
여섯 구멍의 침 자리 자리마다
차례차례 미안한 눈물이 솟았다.
- 서봉교, 시 '침을 허락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가족입니다.
감정도 없는, 늘 그래야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는 가족입니다.
그래서 불쑥 눈물을 짓게 만드는 가족입니다.
관련자료
댓글 9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