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사과를 조금씩 베어 물고
창가로 간다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고
사과할 사람도 없고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가듯
다행이다, 다행이다
은은하게 몸을 흔들어본다
문득 사과꽃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이르면,
어디선가 혼자서 두근거렸을
시간들을 떠올린다
서로 외로운 것도 위로가 된다
- 고은수, 시 '오후 네 시'
늦은 오후에나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혼자 두근거렸을,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서로의 외로움까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
우리는 지금 몇 시쯤에서 서성거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