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생긴 마음의 상처는 말 때문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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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에게 “당신이 뭘 알아. 집에서 편하게 지내니까 배가 불러서 그런 거야”라고 던진 말은 칼이 되어 가슴을 후벼 판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못 견딘다. “내가 밖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돈 버는데 그렇게 밖에 말 못 해!”라며 버럭 화를 낸다.
이런 말을 주고받다 보면 부부인데 남보다 못하다는 실망으로 이어진다.
행복한 부부 관계에 대해 연구한 존 가트먼 박사는 부부간 대화 시작 후 3분만 관찰하면 계속 같이 살지 헤어지게 될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이혼 할 부부에게는 특징적인 대화 패턴이 있다. 비난과 멸시다.
폭언이나 막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언뜻 들으면 아닌 것 같아도 숨겨진 의도는 배우자에대한 비난과 멸시인 말들이 더 위험하다.
“당신이 뭘 알아.” 이건 자신은 옳고 상대는 잘못되었다는 비난의 말이다. “그렇게 하자고 한 건 당신이잖아.” 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말도 배우자를 향한 비난이다.
상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멸시에 해당한다. “내가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줬잖아”라는 표현에는 “당신은 뭘 몰라.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속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성격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도 금기다.
“당신은 너무 예민해. 성격 고쳐야 돼.” 이런 말을 자주 하고도 부부 관계가 멀쩡히 유지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떻게 좋은 말만 하고 살아요. 잔소리라도 해야지 그 사람이 바뀌지 않겠어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배우자를 말로 통제하고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거의 다 실패한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배우자에게 강요하면 반발심만 일어난다. 배우자에게 술 좀 끊으라고 잔소리할수록 술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는 심리적 역반응이 생긴다.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태어나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행동 패턴이 배우자의 잔소리로 변할 리 없다. 사람의 성격은 개인의 의지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형성되는 요소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크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부는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불완전함을 견뎌낼 줄 안다. 배우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겠다며 돌직구를 날리는 게 아니라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쉬운 대로 배우자의 있는 그대로를 품고 갈 수 있어야 결혼 생활이 유지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모든 부부는 제각각의 불행과 슬픔을 안고 산다.
남편과 아내가 같이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위기가 찾아온다. 아내는 괜찮은데 남편에게 고통이 닥쳐오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 상황도 생긴다. 이럴 때 부부 사이를 지켜주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다. 몇 년 전에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에서 친정아버지가 결혼한 딸에게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네 탓이 아니다. 생길 일들이니까 생긴 거다. 누구 잘못인지 따져봐야 힘만 든다. 얽히고설키는 게 어떻게 한 사람의 잘못으로 되겠느냐.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하고 부부가 되는 거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사람 만들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