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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과 서산대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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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누가 날 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다고 말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도 같을 진데...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가는 생을 두고

 

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

따로 말을 하리까.

 

우리네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 이해인 -


서산대사   해탈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누구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거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요.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오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겠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있는 것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짐이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시(解脫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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