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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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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봄이 베어 먹은 살구는 그믐으로 익는데 저 달, 말끔한 사기砂器입니다 배는 곯지 말아야지 졸음 참는 달에 푸짐한 맛을 옮겨 심습니다 삼거리 원조 찐빵, 반으로 쪼갠 햇고구마에 백 개의 노란 보름이 들어 있습니다 솥뚜껑에 부쳐 내놓은 배추전에 배고픔이 납작합니다 후일담은 겨울 건넌 따스함 같아서 달빛보다 몰입이 더 밝아질 때쯤 주렁주렁 별들을 채우는 물병자리 빛들이 비워지면 아껴둔 샛별 하나 오래오래 녹여 먹어야겠습니다 백 명이 바라보면 백 개의 달이 되지 희고 둥근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후루룩, 손잡이가 없어 소리가 더욱 매끄러운 볼 깊은 달들을 꺼내 포옥 우려낸 멸칫국물에 국수 한 사리씩 말아내도 좋겠습니다 - 최연수, 시 '백 개의 방에서 맛보는 백 가지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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