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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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찬바람 매운 버스 정류장에서
장미꽃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을 보았다
가슴에 품은 장미보다
찬바람에 언 뺨이 더 붉은 여인은
버스가 멈출 때마다
한걸음 다가서다가 물러 서길 되풀이해도
기다리는 이는 좀처럼 오지 않고
꽃도 얼고 사람도 얼어 발을 동동 구를 즈음
이윽고 한 사내가 내리고
얼었던 여인의 얼굴이 장미꽃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장미꽃을 받아 든 사내의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의 발걸음이 사뿐했다.
나도
장미꽃 한 아름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