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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 하는 게 있습니다.
한평생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는 듯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가듯.
내가 지나온 시간들 속에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옵니다.
그렇게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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