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할미꽃
단풍도 빛 바랜 가을숲에
한나절 두고 낙엽은 지는데
어머니 무덤가에 핀 할미꽃 한 송이
가을 찬바람에 떨고 서 있다
자식 걱정에
굽은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평생을 살다 가신 어머니도
하마 저 꽃을 보셨을까
화창한 봄날 다 제쳐두고
어쩌자고 무서리 내려앉는 이 겨울 들머리에
저리도 붉디 붉은 꽃을 피웠는가 싶어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던 것인데
꽃 피는 때가 따로 없다고
가을할미꽃 살래살래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움이 지극하면 꽃으로 핀다고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