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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사는 르네씨는
볕 좋은 시간이면 지팡이를 짚고 나와
관리실 앞 벤치에서 햇볕을 쬔다
코비드19 이전에는 종종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지금은 멀리서 손 인사만 한다
30분씩 햇볕을 쬐려고 해
더듬거리는
그녀의 동그란 얼굴은 낡은 도서관을 닮았다
꽤 오래된 문을 닫은 낮은 지붕 위로
하루에 30분씩 빛이 머물다 간다
책장 빼곡히 놓인
픽션, 난픽션, 시, 잡지, 도감들
더 이상 읽히지 않을 것들로 가득한 어디쯤에서
나의 상상은 멈춘다
열어보지 않아도 안다는 듯
저들만의 대화 속에 온화해지는
문자들의 방
책들이 대지로 돌아가고 있다
- 임혜신, 시 '독서'
사람이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읽을 때마다 조금은 달라지는 감정 깊은 책.
지식을 넘어 지혜를 읽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독서를 해야 할 계절은 따로 없습니다.
깊어지는 계절의 독서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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