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부레옥잠을 심었다 뿌리가 환하게 보였다 몇 잎의 푸른 그늘도 비쳤다 맑고 투명한 근심이 들고 평평하던 표면에 높이와 깊이가 생겼다 딸려온 개구리밥 물달팽이 함께 자라고 꽃과 잎이 피고 졌다 살림 냄새가 났다 내 안에 당신을 들인 때처럼 다른 물이 되었다 부드럽고 둥글고 단단한 공기주머니를 달고 여러 갈래 뿌리를 내리는 물 이제 함부로 흔들리지 않겠다
- 전영숙, 시 '물의 뿌리'
이렇게 팔월이 가면서 새로운 계절을 기다려봅니다. 오늘도 내가 내린 뿌리는 흔들림 없이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