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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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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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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풍'이라 말해도
'바담 풍'이라 들을 때

'그게 바로 맵시라는 거요'라고 하면
곧바로 맵시를 찾아 헤맬 때

칫솔 머리빗 시계 안경 등이
내 삶을 장식하는 것들이라고 말해야 할 때

고전 몇 줄 인용하려는 당신의 그림자가 너무 진해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일몰 장면을 가릴 때

주어 술어가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말들이 공중을 부유할 때

앞사람을 지시하는지 옆사람을 이르는지
수식하는 말의 끝이 뭉툭하게 뭉개져 있을 때

나는 오늘도 당신이 읽은
나를 오독하며 길을 걷고 있다

- 김삼환, 시 '오독의 조건'


글자를 오독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시력 탓이기도 하지만, 경험과 추측으로 대강 읽어버리는 경우입니다.
사람을 오독하는 일은 흔해서 때로 당황스럽기도 하지요.
세월이 더 지나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여전히 일상은 오독으로 얼룩져있습니다.
차라리 오독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은 진실도 있으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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