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스크립트를 허용해주세요.
[ 자바스크립트 활성화 방법 ]
from Mohon Aktifkan Javascript!
유머 분류

오랫만에 19금 이야기 "정말 " - 이 정 록 -

컨텐츠 정보

본문

♡재미난 시 한편 
소개 합니다.♡
이정록 시인이 쓴 "정말"이란 시인데
남편이 일찍 죽은 슬픔을
역설적이고,
풍자적이고, 유모러스 하게 표현 했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쨘~해지는,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시입니다ㆍ

        "정말"
            이  정   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물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ㅡ ㅡ ㅡ ㅡ ㅡ
<조정현 評>
 [이정록 시집 '정말' 중에서]
이 시 참 재밌습니다. 
어쩌면 시인은 이토록 슬픈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까요? 
우리 인생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1연에서는 일찍 저세상으로 간 신랑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분이 성격이 참 급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일찍 가시는 분들은 뭔지 모르게 급하게 서두르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2연은 두 분이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뜨거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마시고 오토바이에 맞선녀를 번쩍 안아서 태웠을까요. 오토바이에 태웠으니 남정네의 등에 여자의 가슴이 스치면서 젊은 혈기에 확 불을 싸 지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참기 힘들었을까요. 그것도 바야흐로 봄날인데 말입니다.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물 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정말 한 순간에 모든 운명이 결정되고 마는 순간이 2연에서 펼쳐지는데 1연에서의 슬픔의 정조는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읽는 내내 웃음이 삐죽삐죽 새 나오게 만드는 서사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마지막 3연은 더 절창입니다.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얼마나 빨리 끝났으면 
일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었을까요? 그야말로 절묘한 묘사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가 나옵니다. 
분명 슬픈 이야기인데 어쩜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단박에 바꿔칠 수 있는 걸까요? 
거의 마술처럼 슬픔과 웃음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웃음 마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워낙 첫 행사를 빨리 끝내신 양반이라서 바람 한 번 피울 여력이 없으셨겠지요. 



그런데 가정용도 안되었으니, 어떻게 상업용이 되었겠냐는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정말 날랜 양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빨리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내공으로 가득찬 시인의 넉살 때문에 많이 웃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접한 최고의 詩였습니다
"첨언"
외설과 예술에 대한 조정현의 정의(ㅎㆍㅎ)
예술:작품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 짐
외설:작품을 보면
육신이 뿌듯해짐ㅋ ㅋ ㅋ

관련자료



댓글 3 / 1 페이지
유머 4,886 / 280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