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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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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배
줄이 미는 곳까지만 자유다
아니 구속이다
출렁, 물결이 미는 쪽으로
몸이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
묶인 줄 길이만큼의 목숨이 흔들린다
다시 오지 못하더라도
툭, 줄을 끊고 싶은 저 가없는 몸짓
묶인 자유가 풀린 구속을 바라보는 바다 곁에서
예까지 아무 기표 없이 흘러온 것을 본다
끝없이 나는 배로 묶여 있고
다만 줄이 가는 곳까지 흔들릴 뿐이다
바다가 저만치 갔다가 다시 와서
묶인 줄을 한 번씩 건드리고 간다
몸이 튕겨질 때마다
일렁이던 악기였던 몸을 기억한다
햇빛이 뜨거워질수록 물빛은
숨 막히게 푸르르고
푸르러 갈 수 없는 몸의 오지
시선만 그 금을 깨고 수평선을 넘나들다 온다
사는 일이 묶인 줄이어서
기껏해야 줄이 견디는 곳까지만 선택이다
- 정영주, 시 '묶인 배'
"사는 일이 묶인 줄이어서
기껏해야 줄이 견디는 곳까지만 선택"이랍니다.
구속 같기도 하고, 참견 같기도 한 일상의 묶임.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를 지켜주는 안전권이라 믿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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